책이 있는 곳은 어느 곳이나 정감이 가고, 안락한 기분이 드는데,

특히, 강남 교보문고는 다른 곳에 비해 와닿는 느낌이 남다른 곳이다.

 

강남역 근처에서 근무하던 시절, 외근으로 버스를 타고 종종 강남 교보문고를 지나쳤었다.
어떤 주기로 바뀌는지는 모르겠으나, 지나칠때마다 교보타워에 내걸린 좋은 문구를,

버스가 지나쳐가는 '찰나'에 재빨리 눈으로 읽고 수첩에 기록하고, 마음에 새기는 작업은

여간 스릴있고, 감동적인 게 아니었다.

 

그 중 아직도 담아두고 있는(어느 한켠에 기록해 둔)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세요.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시인 것 같은데, 도대체 어느 누구의 시일까 궁금해하며 끈질긴 추적끝에,

'마종기'님의 '바람의 말'이라는 시라는 걸 알게 됐다.

 

정지용님의 작품 이후로,

시를 즐기지 않았지만, 그 시만은 한동안 외우고서 길거리를 다닐때나,

퇴근할때 지하철속에서 내내 읊었던 기억이 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마음에 담아두었던 시점은

강남 교보문고에서였으니 당연히 그곳은 특별한 곳이 되었다.

 

그런 곳이었어서 강남에서 멀~리 떨어져 지내는 요즘은,

가끔, 무척 떨리도록 생각나고 그리운 곳이기도 하기에 '조만간 가야지.  갈거야.'라며

다짐하다가 오늘 가게 된 것이다(<인셉션>을 굳이 강남 씨너스에서 본 것도 그 이유^-^).

 

 


한산하길 바라는 건 나의 욕심.

 

주말이어서 북적북적대는 게, 들어서자마자 바깥 온도와 별반 차이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의 후텁지근한 열기에 살짝 갑갑증을 느꼈다.

마치, 나만 소중하게 생각해왔던 곳이 침범당한 느낌.  서운함.

사실 그렇게 생각하기엔 그 곳은 너무나 대중화된 곳이었지만.  역시 나의 욕심.

 

얼마전 어느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여행잡지 'OFF'를  찾으러

잘 가지 않는 국내잡지 코너로 향했다.

 

요즘 관심사가 부쩍 늘어나 다양한 주제의 잡지들을 찬찬히 훑어보며 그 시간을 즐겼다.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전용 잡지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감성을 자극하는 표지를 입고 나온 잡지도 발견했다.

 

내가 찾던 여행잡지 'OFF'도 그 중 하나.

사진이 좋다고 해서, 소장할만하다고 해서, '대체 어떤 잡지이길래'라며 궁금했었는데,

역시 괜찮은 여행잡지였다.  아직도 건강하게 발간되고 있는 '뚜르뜨몽드'와는 전혀 다른 느낌.

보통, 서너개의 나라들을 소개하는 것과 달리, 한 곳만을 집중적으로,

그리고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여 소개한 여행잡지로, 사진의 느낌도 좋고, 내용도 깔끔했다.

아~나도 출판사로부터 창간호부터 신청해야할지도부끄

게다가 창간호가 '규슈편'이라는 사실이 무척 유혹적이다.

 

그리고 내 눈길을 끈, 비닐포장된 '1/n'이라는 잡지.

다른 잡지들처럼 펼쳐볼 수 없다는 게 아쉬웠지만, 뒷면에 목차가 나와있어

대략의 성격을 알 수 있었고, 매력적이었다.

 

집에 와서 비닐포장을 뜯어 열어보니 역시나 독특한 잡지.

슬쩍~읽어본거라 완전히 파악된 건 아니지만, 유니크한 잡지임에는 분명하다.


 

 

두 권의 잡지를 감싸안고, 강남 교보문고가 위치한 곳이 '신논현역'이었던지라,

처음으로 9호선을 경험했다.

 

특이하게도 '타는 곳'과 '내리는 곳'이 구분되어져 있어 살짝 헤맸다는;;

마치 낯선 곳에 이제 막 당도한 여행자마냥 들뜬 기분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안에서,

2년여간 내내 패션지만 들춰보던 나에게,

두 권의 신선한 잡지는 또 다른 나를 일깨워 주었다.

 

 

 


 

물약같은 맛.

 

 

 

Posted by 희망은 수고에 미소를 보낸다 by l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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